"아이 때리는 보육교사? 우릴 괴물로 만드는 건..."
[지방선거 10대 어젠다-육아] 심선혜 공공노조 보육분과장
10.03.09 08:58 ㅣ최종 업데이트 10.03.09 11:32 최경준 (235jun)
<오마이뉴스>는 올해 창간 10주년 기획의 일환으로 국내 11개 진보싱크탱크들과 공동으로 '지방선거 10대 어젠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삽보다 사람'이라는 주제가 붙은 이번 기획을 통해 거대 담론보다는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과제를 구체적으로 선정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보육교사인 심선혜씨는 "보육교사가 노동조건을 개선시키려고 하는 것은 보육의 질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강조했다.
ⓒ 최경준
보육교사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보육교사는 없다. 보육교사를 '괴물'로 만드는 것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이다."

 

보육교사 8년 차인 심선혜(33,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보육분과장)씨가 울먹였다. 선혜씨 뿐만이 아니다. '3·8 세계여성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 6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전국여성대회의 사전행사로 열린 '돌봄노동자 희망대회'에서 요양·간병·보육 등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생생한 증언이 쏟아졌다.

 

이들은 '돌봄노동자 희망선언'을 통해 "돌봄노동은 여성과 가족에게 전가하지 말고 사회가 책임을 나눠야 한다"면서 "시장에 모든 것을 떠넘긴 정부의 사회서비스 정책을 반대하며 돌봄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엄마들 앞에선 웃지만, 돌아서 눈물 흘리는 보육교사들

 

"아동 대 교사 인력 비중이 너무 높다. 보조 인력도 없다. 정해진 적정 비율이 있는데 그것을 초과할 수 있다는 예외 지침이 마련돼 있다. 만 6~7세는 교사 1명당 20명 이상을 교육시킬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한순간에 20명의 아이들은 각각의 상황에 처해진다.

 

아이가 다쳐서 울어도, 다른 애가 똥을 누면 그쪽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모르는 사람들은 교사가 우는 아이는 돌보지도 않는다고 얘기할 수 있다. 아이들이 음식을 쏟으면 '어디 다친 데 없느냐'고 먼저 물어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왜 또 쏟았어'라고 소리를 지르게 된다.

 

혼자서 20여 명의 아이들과 8시간 내내 씨름을 한 뒤, 다시 2~3시간 연장 근무를 한다. 집에서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쓰러져 잠을 잤다가 다시 출근한다. 그런 생활이 360일 계속 반복된다고 생각해 봐라. 끔찍하다."

 

지난달 28일 서울역 인근에서 만난 심선혜씨는 한동안 얘기에 몰두하다가, 맥이 풀렸는지 허공을 응시했다. 그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는 듯했다. 

 

"그래도 내 직장이라고, 힘든 일이 있어도 아이들 부모에게는 상냥하게 웃어줘야 한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웃을 수 있을까? 엄마들 앞에선 웃으면서 인사해도 돌아서면 바로 인상이 쓰인다. 어떻게 보면 연기를 하고 있는 거다. 이런 스트레스가 충분한 휴식, 적절한 임금, 제대로 된 보습교육 등으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교사를 상대로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고 학대한다'며 인성 교육을 해야 한다는 얘기만 나온다….

 

그렇게 8년을 지냈다. 내가 갖고 있던 열정을 모두 쏟아 부었다. 그런데 인풋(input)은 안 되고 계속 아웃풋(output)만 되더라. 내 자신이 소진되다 못해 영혼까지 갉아 먹히는 느낌이…."

 

결국 선혜씨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두 뺨을 타고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동안 가슴 속에 꼭꼭 눌러두었던 서러움이 북받치는 듯했다. 목이 메 말을 잇지 못하는 선혜씨는 연신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울먹였다.

 

"앞으로 더 아이들과 같이 있으면 아이들한테 미안해지는 상황이 될까 봐…."

 

선혜씨는 자신이 보육교사의 길로 들어선 것을 '운명'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았단다. 고강도의 노동 조건이 아이들을 향한 선혜씨의 열정을 황폐화시킨 것이다. 선혜씨가 지난 2월 8년간 다니던 서울시내 구립 어린이집을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처음 4~5년 차까지는 4시간밖에 안 자고 일했다. 그때는 정말 재미있었다. 내 것을 다 쏟아 부으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몸만 안 좋아지더라. 주변에선 실명도 하고, 손목을 못 쓰게 되는 교사들도 있었다. 아이들을 때려서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교사들을 보면 처음엔 어이가 없다가도, '어떤 상황이 그 교사를 그렇게까지 몰고 갔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그 교사를 만나보고 싶더라. (나는 아이들에게 매를 들지 않았지만) 어쩔 땐 '나도 들키지 않아서 운이 좋았던 거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CCTV는 교실이 아니라 원장실에 달아야"

 

선혜씨가 어린이집을 그만 둔 또 다른 이유는 CCTV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서울형 어린이집' 사업을 시작하면서 '안심보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CCTV 설치비를 보조해주고 있다. 2월 현재 서울형 어린이집 2200여 개 중 400여 개의 어린이집에 CCTV가 설치돼 있다. CCTV를 달겠다고 의사를 밝힌 600여 개 어린이집에는 올해 안에 설치될 예정이다.

 

어린이집 CCTV 설치 문제가 제기된 것은 2005년부터다. 영유아 성추행·폭행을 포함한 아동학대, 관리소홀로 인한 사건·사고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거론되며 학부모들의 지지를 받았고, 일부 의원들이 입법화에 나섰다.

 

하지만 어린이집 CCTV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하지 않고, 행정편의주의적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일 뿐 아니라, 아동 및 보육교사들의 '자기정보통제권' 등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보육교사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은 "CCTV 설치로 인해 아동과 교사의 사적인 생활이 그대로 노출되고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외부인에게 왜곡되어 해석될 여지가 너무도 충분하다"며 "아울러 보육시설을 범죄의 현장으로 보는 시각도 위험하다"고 반발했다.

 

무엇보다 CCTV 설치는 장시간 노동과 낮은 처우에 시달리는 보육교사에게 커다란 심리적 부담감을 안겨주게 된다. 심선혜씨는 "CCTV를 설치하는 이유가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잘 하냐 못하냐를 보겠다는 것인데, 마치 우리나라 안심보육이 이뤄지지 않은 게 교사들 때문이라고 취급받는 게 너무 어이가 없었다"며 "게다가 원장들이 CCTV를 통해 교사들을 압박하고 감시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부모들이 CCTV 설치를 선호하는 것에 대해서도 선혜씨는 생각을 달리했다.

 

"부모들의 심정은 이해한다.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던 나도 CCTV를 의식해서 갑자기 웃는 모습으로 바뀌더라. 그러나 CCTV에서는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게 거짓된 웃음이라는 것을 부모들이 알아야 한다. 그 거짓된 웃음이 계속되면 아이에게 과연 도움이 되겠나? 그 거짓된 감정으로 계속 지내면서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더 끔찍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아직까지 그런 일이 없기는 하지만…."

 

선혜씨에게 'CCTV를 꼭 설치해야 한다면 어디가 좋겠느냐'고 묻자, "원장실에 달면 좋겠다, 그럼 비리도 없어질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사실 그것도 해결책은 아니다. 아이들을 위한 식단에는 모두 '국내산'으로 표시되지만, 실제 주방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원장이 동네 할인매장에서 떨이(팔다 조금 남은 물건을 다 떨어서 싸게 파는 일)로 사오는 모습을 목격하는 부모님들도 많다. 그게 결코 원장만의 문제도 아닌 것 같다. 적은 재정으로 좋은 시설처럼 보여야 하기 때문에 원장들도 자기들끼리 요령이 생기는 것이다."

 

"주황색 페인트 덧칠한 서울형 어린이집... 보육은 공적인 영역"

 

지자체로부터 지원과 통제를 받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그렇지 않은 민간 어린이집은 각종 불법과 비리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심선혜씨는 구립 어린이집에서 근무하기 이전에 민간 어린이집에서 3개월간 인턴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민간 보육시설이 국공립에 비해서 비싼 이유는 특기 교육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교사들의 임금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특기 과목을 신설한 뒤, 특기교사를 고용하는 게 아니라, 기존 보육교사를 활용한다. 그러면 그 돈은 원장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계속 정부에 교사에 대한 인건비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다. 다시 말해 정부의 지원금으로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에서 서울형 어린이집을 추진한 이유는 이러한 민간 어린이집의 폐해를 없애고, 국공립수준으로 향상시키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역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이 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발표된 서울시의 서울형 어린이집 인증 현황을 보면 40%가 국공립 어린이집이었다. 선혜씨는 "민간 어린이집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취지에서 벗어나서, 이미 다 되어 있는 국공립에 주황색 페인트로 덧칠해놓은 셈"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형 어린이집이 매우 성공적인 것처럼 부풀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에까지 서울형 어린이집이라는 딱지를 붙이며 생색을 낼 게 아니라, 민간 시설 중 부도가 나거나, 비리 시설들을 지자체에서 전부 국공립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게 선혜씨의 생각이다.

 

또한 보육교사들의 제대로 된 8시간 노동을 보장하려면 현재 보육교사 인력을 2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6시간은 아이들과 근무하고, 2시간은 수업 연구를 한다면, 교사들의 피로감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여성 고용 인력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혜씨에게 가장 큰 소망은 정부와 지자체뿐 아니라 학부모들의 인식 전환이다. 보육교사들이 노동 조건에 대해서 얘기하면 부모들은 본인들의 이익과 배치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육은 공적인 영역이 아닌 사적인 영역으로 놔두는 한 교사의 노동조건은 개선되지 않는다. 인건비 인상 요구가 부모들의 요구와 반대된다고 얘기하는데, 보육교사 인건비를 정부에게 책임지라는 것이지, 부모들이 보육료를 더 지급하라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육교사가 노동조건을 개선시키려고 하는 것은 보육의 질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 보육교사 중에 돈 벌려고 직업 선택한 사람은 없다. 돈 때문이 아니라 내가 일하는 조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내가 돌보는 아이들의 아동 권리 등 최소한 지켜줘야 할 것들이 보장받을 수 없다. 근본적으로 변화 시켜야 할 것은 놔두고 교사들의 희생과 봉사만을 강요해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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